도토리묵은 도토리가루를 끓여 익혀서 굳힌 것을 말한다. 도토리는 상수리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실 도토리랑 상수리는 다른 나무의 열매이다. 하지만 둘은 사촌지간 정도라고 생각되며 생긴것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는 통털어서 도토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에 가면 쉽게 주울 수 있지만 다람쥐 등이 먹는 겨울식량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싹 쓸어 오는 것은 좋지 않다. 항상 먹을 만큼만 가져 오는 것이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해야할 책무이기도 할 것이다.
도토리를 따 오면 말려서 겉껍질을 벗기고, 다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 내야 한다. 사실 그냥 먹게 되면 쓴맛도 쓴맛이지만, 거기에 들어 있는 성분인 (도토리 쓴맛의 성분 이름 넣기) 때문에 배가 아플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의서나 옛 조리서에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좀 다른 방향이 있기도 하다.
설사를 하거나 장을 튼튼하게 할 목적으로 먹는 음식 중에 도토리나 상수리 가루로 만든 죽을 먹으라고 하는 구절이 많이 나오는 것이 그것이다. 옛사람들은 어째서 설사를 하거나 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플수 있는 독이 함유된 음식을 먹었던 것일까?
도토리는 사실 외국에서는 먹지 않는 재료들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고사리처럼 도토리도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것에 들어있는 독성분, 즉 먹으면 배가 아플수 있는 성분을 제거하고 먹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물에 우려서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몇날 며칠을 물에 담가 두면서 물을 흐르게 두어 독을 희석시켜서, 거기서 나오는 전분을 가지고 오래 끓여서 호화시켜 죽으로, 묵으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도토리 가루에 일정비율의 물을 넣고 약불에서 뭉근하게 끓이면 익으면서 걸쭉해 지는데, 잘 익힌 후에 틀에 넣어 식히면 우리가 먹는 도토리 묵이 된다. 사실 묵은 전분기거 있는 것들은 가능한데, 대표적인것이 녹두전분인 녹말이다. 녹두전분으로 만든것이 청포묵이다. (여기는 다시)
옛사람들은 도토리묵 그대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간장을 끼얹어서 먹기도 하고, 얇게 채썰어 육수와 함께 묵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부쳐서 전으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저장해 두고 먹기도 했다.
실제로 묵을 사거나 만들게 되면 실온에 오래 두고 먹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먹고 남은 것은 말려서 보관하였다가 불려서 음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거기서 또 하나 쫄깃한 식감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이 도토리묵은 특유의 쌉쌀한 맛이 있어, 장에 들어갔을때 장을 두텁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독이라고 우려냈던 그 성분은 적당량을 섭취하게 되면 도리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어떻게 다루고 손질하느냐에 따라, 또는 어떤 시기에 어떤 사람이 먹느냐에 따라 독이 될수도 약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