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홍진임, 박수진.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17.10.
1400년에서 1800년대까지 고문헌을 통해 전통적인 면식의 재료와 조리법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전통 ‘면’은 오늘날의 면보다 다양한 형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수운잡방의 ‘분탕’은 녹두로 묵을 쑨 것을 가늘게 썰어 면으로 사용하였고, 규합총서나 음식법(찬법)의 ‘화면’은 진달래꽃에 밀가루를 묻혀서 면으로 사용하였고, ‘왜면’은 오이를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 면으로 이용한 예이다. 음식법(찬법)의 ‘육면’에서는 고기를 가늘게 썰어 밀가루를 묻혀 면으로 이용한 예도 있었다. 이처럼 곡물가루를 가지고 만드는 방법뿐 만 아니라 꽃이나 채소, 고기를 면으로 활용하여 면의 개념이 오늘날보다 넓고,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제면소재는 차조, 메밀, 녹두, 느릅나무, 콩 등 구황작물을 이용하였다. 따라서 전통적인 면의 물성은 밀면 고유의 매끈하고 쫄깃한 물성보다는 부드럽고 투박하며 잘 끊어지는 물성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재료는 오늘날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섬유소와 다양한 무기질 영양소는 물론 항염 및 항산화 기능성을 함유하는 식물(食物)이기도 하다, 더욱이 잘 끊어지는 부드러운 물성은 씹고 삼키기 어려운 어린이나 고령자를 위한 소비자에게 적합한 면으로써 재인식되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통 제면방법을 발굴하고, 그 건강성과 활용가치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전통적인 면식의 국물재료는 주로 콩을 발효한 장류를 이용하였는데 그밖에도 들깨, 오미자 등의 식물성 소재와 닭고기, 꿩 고기 등을 이용한 동물성 소재가 이용되었다. 특히, 오미자국을 국물재료로 이용하는 면식은 특이하였는데, 오늘날 ‘음청류’(후식)로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주식이나 별식에 국물재료로 활용하였다는 점이 매우 특이였다.
전통적인 면식의 고명은 시대적으로 변화가 가장 많은 부분이었다. 즉, 1400년에서 1700년대까지 문헌에는 고명이 향채, 각종 고명, 교태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표현된 반면, 1800년대 이후의 문헌에서는 더 구체화되고 다양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의전서 ‘장국냉면’과 주식시의 ‘국슈부뷔음’에서 외, 소금, 깨소금, 고춧가루, 유장, 양지머리, 실고추, 석이, 달걀, 호박, 꿩고기, 닭고기, 개고기와 함께 돼지고기, 표고버섯, 송이버섯, 쇠고기(갖은 양념), 표고버섯, 달걀, 배추김치 흰 줄기, 배, 날밤, 표고버섯, 잣, 초장 등 다양한 고명을 사용하였다. 또한, 국물재료에 따라 고명을 달리하였는데, 음식디미방 ‘별착면법’의 경우 국물재료를 깻국으로 할 때와 오미자국으로 할 때 다른 고명을 사용하였고, 음식법(찬법) ‘난면’의 경우 오미자국, 깻국, 장국의 경우에 모두 다른 고명을 활용하였다. 음식법(찬법) ‘약면’의 경우에도 깻국이나 오미자국, 장국에 따라 다른 고명을 활용하였는데, 이는 국물재료에 따라 다른 재료를 고명으로 사용하면서 발전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1400-1800년대 우리 식문화 기록에 나타난 전통 면식의 소재와 조리법 및 특이점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으로 이용된 제면 소재의 생리활성 및 영양학적 가치와 건강성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전통적인 면식 조리법의 복원과 면식 문화 발굴을 통하여 한식 문화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식 고유의 면식 문화 가치 개발을 통해 외식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식품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